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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inStrom

Book Story #1

일의 기쁨과 슬픔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알랭 드 보통 (이레,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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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일이 있을 때는 죽음을 생각하기가 어렵다 금기라기보다는 그냥 있을 수 없는 일로 여긴다. 일은 그 본성상 그 자신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진지하게 받아들일 것을 요구하면서 다른데로는 눈을 돌리지 못하게 한다. 일은 우리의 원금감을 파괴해버리는데, 우리는 오히려 바로 그점 때문에 일에 감사한다. ...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근시안적으로 행동한다. 그 안에 존재의 순수한 에너지가 들어 있다. 밤이 올 때 쯤이면 죽을 것이라는 커다란 사실을 외면한 채, 서둘러 칠한 붓이 남긴 페인트 한 방울을 피해 창턱을 계속 가로지르려는 나방에게서 볼 수 있는 강렬하고 맹목적인 의지가 있다.
...
우리 자신을 우주의 중심으로 보고 현재를 역사의 정점으로 보는 것, 코앞에 닥친 회의가 엄청나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묘지의 교훈을 태만히 하는 것, 가끔씩만 책을 읽는 것, 마감의 압박을 느끼는 것, 동료를 물려고 하는 것, "오전 11:00에서 오전 11:15까지 커피를 마시며 휴식"이라고 적힌 회의 일정을 꾸역꾸역 소화해 나아가는 것, 부주의하고 탐욕스럽게 행동하
다가 전투에서 산화해버리는 것 - 어쩌면 이 모든 것이 결국은 생활의 지혜일지도 모른다. 현자들이 가르친 대로 죽음에 대비하는 것은 죽음을 지나치게 존중하는 것이다. ... 우리의 모든 기획의 궁극적인 운명을 직접 목격한다면, 우리는 바로 몸이 마비되어 버릴 것이다.
우리의 일은 적어도 우리가 거기에 정신을 팔게는 해줄 것이다.

- 알랭 드 보통 [일의 기쁨과 슬픔]에서

이 글을 끝까지 읽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런 목적없이 아무런 계획없이 있는 것이 오히려 목적만을 달성하며 살아가는 것보다 나을 수도 있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일도 기쁨을 느끼며 살순 없는 것일까?
아담에게서부터 내려온 일을 고통으로 느껴야 하는 저주가 지금까지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것일까?
기쁨으로 느끼는 순간은 잠시.
슬픔으로 인식되는 시간은...


** 그의 다른 에세이 집과는 다르게 미려한 문체에도 불구하고 글에 집중하기 힘들다.
그는 결론을 내려하고 우리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결론에 이르러서야 슬며시 자리를 피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일에 대해서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일하고 있는 시간, 일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 책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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