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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inStrom/너의 생각들

[펌]11월 2주, 이 주의 국내 앨범 : 디어 클라우드 [Grey]


전문가 리뷰> 정과 동의 충돌이 빚어내는 '혼돈미'

<이 리뷰는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김작가님께서 작성해 주셨습니다.>













올 가을 페스티벌 시즌의 승자는 GMF였다. 운용면에서나 흥행면에서나 이 페스티벌은 불과 2년만에 기존의 록 페스티벌을 제치고 한국의 주요 페스티벌로 우뚝 섰다. 이는 주최측의 기획력도 있었겠지만, 그만큼 이 페스티벌이 표방하는 모토에 부합하는 시장이 탄탄하다는 얘기다. 이른바 '감성 음악'말이다. 많은 장르가 이 폭넓은 장르에 속하겠지만, 모던 록과 포크가 그 중심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기존의 모던 록, 그러니까 8비트 리듬을 기반으로 징글-쟁글한 기타가 얹히고 왠지 공복 상태에서 부르는 듯 축축 늘어지는 보컬들이, 비록 대중에게는 어필할 지 몰라도 음악적으로는 신선함을 주지 못하는 반면, 또 한 쪽에서는 그에 대한 반작용인듯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뮤지션들도 등장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들을 모던 록이라는 엉성한 틀로 묶을 수는 없겠지만.

디어 클라우드는 말하자면, 그 중간 어디 쯤에 있는 밴드다. 90년대 후반 부터 줄기차게 등장했던, 여성 보컬을 내세운 밴드지만 기존의 여성 보컬 밴드들과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변별력이 사라져 가는 모던 록 신에서, 분명한 정체성을 갖고 있는 밴드인 것이다. 특정 계열로 분류하기 힘든, 중성적인 나인의 목소리가 그 첫째요. 어쿠스틱 부터 아트 노이즈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김용린의 기타가 두번째다. 그리고 정규 교육 과정을 밟은 리듬 파트의 안정감과 곳곳에 적절한 양념을 치는 키보드는 세번째다. 그런 장점을 갖고 있음에도, 지난 해 말 발매된 데뷔 앨범은 기대를 만족시키는 작품은 아니었다. 그들의 변별점을 보여주는 정도였다. 문제는 사운드였다. 보컬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다른 연주가 뒤로 빠지며 게다가 본연의 색깔을 내지 못한 나머지 이 앨범은 평범한 여성 보컬 모던 록 쪽으로 기울고야 말았다. 전문적 프로듀서 시스템이 부재한 한국 현실에서 첫 레코딩을 하게 되는 밴드들이 흔히 겪는 오류였다. 잦은 라이브를 통해서 자신들의 진가를 드러낼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가졌으면 좋았을텐데, 그러지도 못했다. 역시, 인디 레이블이 아닌 중대형 레이블에서 데뷔 앨범을 내는 밴드들이 흔히 거치게 되는 오류였다. 인디도 아니고 메인 스트림도 아닌 어정쩡한 위치에 머물다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사라지는 팀들을 우리는 얼마나 많이 지켜봤던가.





















하지만 디어 클라우드는 와신상담의 과정을 거친 듯 하다. 첫 앨범 발매 이후 얼마 지나지도 않아 마음을 다잡고 두번째 앨범의 작업에 돌아왔다. 전작과 비교적 적은 시차를 두고 등장한 [Grey]는 전작의 오류들을 상당히 수정하고 제거한 앨범이라 할 것이다. 첫 곡 'Siam'부터가 그렇다. 조용한 도입부와 폭발하는 절정부로 구성된 이 노래는 김용린의 기타가 유감없이 서린 불꽃을 뿜는다. 그리고 그 기타는 디어 클라우드를 그렇고 그런 모던 록 밴드들과 확실히 선을 긋게 하는 핵심 요소이기도 하다. 그렇다. 이들은 비로소 자신들의 무기를 제대로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게 터지는 사운드는 타이틀 곡인 'Lip', '늦은 혼잣말' 등 앨범의 곳곳에서 지속되며 정과 동의 충돌이 빚어내는 혼돈미를 만들어낸다. 다분히 영국 밴드들이 즐겨 쓰는 방법론이다. 그러나 이 앨범에서 영국 기타팝의 흔적을 한걸음 뒤로 물러서게 하는 건 보컬이다. 현재 한국 모던 록 지형에 존재하는 여성 보컬 중, 가장 허스키하면서도 중성적인 보이스를 갖고 있는 나인은 한국 주류 대중음악의 코드 안에 있는 보컬 멜로디로 대중을 설득한다. 그래서일까, 이 앨범은 적어도 보컬만 떼어 놓자면 여성 보컬 모던 록 밴드의 계보 보다는 임현정, 초기의 박기영 등의 계보에 놓여있는 것 처럼 보인다.

사운드, 그리고 정체성에서 충분한 미덕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Grey]는 아직 디어 클라우드의 약점을 보여준다. 앨범을 관통하는 힘이 약하다는 것. 즉 아직도 뭔가 몸을 사리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이는 이들이 전하는 메시지가 분명하지 않고, 서사 역시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또한 나인이 자신의 성대로 표현하는 희로애락의 영역이 그리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신들이 음악으로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지, 또한 어떻게 얘기해야할지를 보다 효과적으로 체득할 때 디어 클라우드는 지금 보다 몇 걸음은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는, 그럴 수 있는 충분한 자질이 있다.

출처: 네이버 이주의 국내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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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노래들이 하나씩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그 수면위를 지날때 마치 그 소리들이 내 다리끝부터 나를 뒤흔들고 있다
넌 아름답기만 한 기억으로..
내 머리속에 남아 있을까..